안녕하세요, 시크님들.

오늘은 펜디의 메인이벤트, 프라이빗 FTS 퍼 트렁크 쇼에 다녀온 후기를 소개할게요.

🛍️ 다녀온 곳 미리보기

저는 펜디 처돌이입니다. 그래서 다녀왔어요. 펜디 퍼 행사. 사실 올해는 미리 받아본 오더 북에서 마음에 드는 퍼가 없어서 여성 매장에서는 안 간다고 패스했는데, 남성 매장 담당분이 제가 기다리던 제품 샘플을 볼 수 있다며 꼬시셔서 살짝 다녀와 봤어요.

펜디 브랜드의 히스토리

펜디는 1년 중에 퍼 트렁크 쇼가 가장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퍼에 진심인 브랜드예요. 원래 창업주인 에두아르도 펜디와 아델 펜디 부부가 모피와 가죽 공방을 베이스로 했던 브랜드를 열고 2대손인 5명의 딸이 토탈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것이 펜디이거든요. 현재는 3대손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남성 아티스틱 디렉터를, 4대손인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가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를, 그리고 루이비통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고 현재 디올 남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임하고 있는 저의 사랑 킴 존스가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고 있어요. 사실 킴 존스만 빼면 펜디는 아직도 가문에서 브랜드 경영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책임지고 있는 패밀리 브랜드랍니다.

팬디 퍼 트렁크 쇼 의전 & 디너

퍼 행사는 마이바흐로 의전을 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기사님이 픽업해서 원투원 세션 전에 식사 장소로 이동했어요. 저번에도 이야기했었는데, 프라이빗 오더 행사들은 대부분 원투원 마케팅 시스템으로 운영해요. 고객 한명 한명의 세션을 예약하고, 담당 직원이 1:1로 붙어 제품을 오퍼하고 착용하고 주문하는 시스템이죠. 시즌 의류 프리오더나 퍼, 이그조틱 백 등의 오더 행사가 분기별로 있어요.

차를 타고 도착한 장소는 청담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톡톡" 이었어요.

원래 펜디 특히 팔라초 펜디 서울은 정식당과 업무협약을 맺고 행사 등에 정식당에서 디너나 케이터링을 많이 준비해 주시는데, 작년 퍼 행사 디너도 정식당이어서 새로운 메뉴를 위해 톡톡에서 이번에는 디너를 준비해 주셨어요.

정성스럽게 메뉴 하나하나 이탈리아의 감성을 담아 펜디의 브랜드 컬러를 녹여낸 코스에 이걸 그림과 함께 메뉴 설명까지 준비해 주셨어요.

펜디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파리기반 프랑스 브랜드와 다르게 이탈리아 브랜드랍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고요. 명절 선물로 준비해 주시는 음식 재료 같은 것들도 이탈리아산 음식 재료 위주로 준비해 주시고, 매장 인테리어나 마케팅 등 자잘한 것들에도 이탈리아의 상징성을 많이 부여하는 편이었어요.

첫 번째 메뉴는 부라타치즈를 곁들인 카프레제. 밑에 깔린 대저 토마토 콘소메가 감칠맛 났어요.

포카치아를 준비해 주셨는데, 찍어 먹는 소스로 들기름 참기름이 들어간 소금 베이스 소스를 준비해 주셔서 색달랐어요. 뭔가 한국적인 느낌도 함께 녹여내려 하신 노력이 보이는 메뉴였습니다.

와인 리스트는 이번에는 이탈리아로 채우지 않으셨더라고요. 스푸만테나 프란치아꼬르따로 나왔으면 진짜 무릎을 '탁' 쳤을 텐데. 이게 좀 아쉽네요. 아마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페어링해 주시려니 그랬겠죠? 그래도 레드와인은 바롤로 와인으로 준비해 주셨어요.​

그다음은 전갱이 카르파초. 역시 이탈리아 음식들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요.

다음은 폴렌타에 고르곤졸라 소스와 캐비어였어요. 저는 쫀득한 감자뇨끼만 좋아하고 푸석한 계란 식감인 폴렌타 뇨끼는 별로 안 좋아해서 소스랑 캐비어만 싹싹 긁어먹었어요.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펜디 남성 장바구니 가방. 여성에도 나오는 제품군인데 재생 플라스틱을 이용한 가방이랍니다. 가벼워서 여름철에 파우치랑 넣어 다니기 아주 좋아요. 근데 이게 왜 나왔지? 했는데 요걸 가방에 담아오셨더라고요. 메뉴 이름이 "종이봉투 안에 로마". 사진은 안 찍고 호로록 먹어버렸네요. 동그란 찹쌀 도넛 비주얼인데 안에 토마토소스가 들어있는 피자빵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포르치니 소스를 곁들인 투쁠 한우 스테이크. 한국인은 역시 한우. 진짜 맛있었어요.

마지막은 라이스 트리오. 쌀이 들어간 세 가지 음식을 함께 낸 건데요. 이탈리아식 쌀 젤라또에 쌀약과 그리고 막걸리로 만든 크림이었어요. 거기다 약간의 참기름 맛이 가미돼서 한국적인 풍미도 있었어요.

펜디 퍼 트렁크쇼

다시 의전 차량을 타고 이제 퍼 행사장소로 출발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악어들이 저를 반기네요. 이러지마!

맨 처음으로는 4층에 올라가서 펜디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그리고 요번 2024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와서 메인 드레스들을 보여주셨어요. 저 블랙 롱드레스 쇼에서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드레스인데 너무 멋졌어요.

한쪽 편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장인들이 가죽공예 기법의 하나인 인레이 기법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인레이 기법은 펜디에서 시어링이나 밍크 등에 많이 사용하는 기법인데 일정한 패턴을 만들기 위해 가죽을 절단하고 다른 컬러의 가죽끼리 꿰매 한 장의 원피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에요. 펜디에서 인레이 기법으로 만든 퍼들은 이 가죽끼리 연결된 부분이 퍼를 만졌을 때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요. 그래서 같은 밍크나 시어링 중에도 인레이 기법을 사용한 제품류는 가격대가 꽤 높은 편이랍니다.

이 장인분은 40년간 인레이 기법을 위한 가죽 절단만 해오신 분이래요. 저 가죽칼로 절단하시는데 정말 너무 깔끔하고 기계처럼 잘리는 거 있죠. 레이저커팅이라고해도 믿을 것 같아요. 특히 이번에는 밍크와 시어링 외에도 스와카라를 인레이로 제작한 제품이 처음 나왔어요.

장인분들과 사진 한 장. 코리안하트를 배우셨데요.

펜디 퍼 트렁크쇼 - 남성 퍼

3층에 남성 퍼를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진짜 관심이 없었는지 사진이 거의 없네요. 맨 오른쪽에 걸린 퍼 종류들이 정말 멋졌는데, 밍크를 깎아서 펜디 FF 주카로고를 만든 거였어요. 퍼를 너무 짧게 깎아 약간 스웨이드나 시어링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기법 자체가 너무 정교해서 멋졌어요. 사실 남자분들은 밍크 퍼가 긴 걸 선호하지 않아서 깎은 밍크를 찾으시는 분들이 꼭 있더라고요. 마네킹에 퍼는 작년도에도 있던 퍼 디자인에 후드를 달아서 새로 나왔네요. 남성용은 밍크 바시티자켓도 있어요.

펜디 퍼 트렁크쇼 - 여성 퍼

그리고 여성층. 첫 번째 마네킹부터 24FW 룩을 입고있네요. 꼭 사고싶은 부츠인데 딱 신고있어서 넘 좋았어요.

그리고 요게 바로 아까 장인분이 만들고 계시던 인레이 기법을 이용한 퍼. 정말 예뻐요. 특히 펜디의 인레이퍼는 가죽 단면을 이어 붙인 것도 매우 깔끔해서 일부러 퍼의 안감을 대지 않고 가죽이 이어진 모양을 직접 볼 수 있게 만든답니다. 원한다면 따로 안감을 요청해서 부착할 수도 있어요!

요번 시즌 새로나온 컬러들. 이거 보자마자 토네이도 아이스크림 컬러 생각났어요.

이거요.

사실 제가 이번 시즌에 퍼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 이유는 이것 때문인데요, 올해는 펜디 전체가 셀러리아를 컨셉으로 하고 있어요. 저는 근데 이 셀러리아 스티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원래 목에 없던 셀러리아 카라를 달고, 요렇게 셀러리아 스티치 디테일을 퍼 사이사이에 넣어서 별로였거든요.

근데 장점도 있어요. 저 사이의 가죽이 요렇게 악어나 파이톤이었을 때보다 퍼 가격이 내려갔거든요. 사진은 재작년 제가 주문했던 퍼입니다.

그리고 요즘 펜디에서 밀고 있는 스와카라. 스와카라는 아프리카 양의 일종인 카라쿨 개량종의 어린 개체 모피래요. 곱슬곱슬한 털이 매력인데, 양가죽이니까 가격이 시어링 정도겠지? 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재킷이 4천~5천, 롱코트는 8천~1억 정도의 가격대랍니다. 희귀한 종류의 퍼거든요.

작년 23FW에서 스와카라 코트와 탑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난 뒤부터 펜디에서 스와카라 제품을 꽤 많이 볼 수 있었어요. 특히 올해는 요렇게 밍크와 스와카라를 인레이로 이어서 패턴을 만든 피스들이 있었는데 정말 멋졌어요.

그리고 요건 요번 24 SS의 컬러 블록 패턴. 펜디는 퍼의 브랜드답게 SS 시즌부터 퍼가 나온답니다.

그리고 이거 보세요. 밍크를, 털을 다 깎고 커팅해서 자수를 놓았어요. 아니 퍼를 이렇게 깎는 데가 어딨어 라고, 빵 터졌잖아요. 진짜 패션의 세계는 알 수 없어요. 여름에 입을 수 있는 퍼를 만든 걸까요.

그리고 퍼의 끝판왕 링스. 그리고 거기다 악어 카라를 탈부착식으로 붙였더라고요.

요건 한점의 아트 피스 같았던 코트였어요.

펜디 퍼 트렁크쇼 케이터링

한참을 구경하고 룸에 앉았더니 케이터링을 또 준비해 주셨어요. 톡톡의 김대천 셰프님이 준비하신 펜디 가든이라는 제목의 케이터링.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아주 예쁘죠?

펜디 퍼 입어보기

그리고 퍼들 입어보기 시작. 토네이도 아이스크림 입어봤어요. 퍼스널컬러가 안 맞더라고요.

사실 요거 사고 싶었는데, 막상 입어보니 체구가 좀 작으셔야 예쁘겠더라고요. 밍크 블라우스라 가격은 1,400만 원대인데 제가 키도 165고 가슴이 좀 있어서 그런지 입고 보니 좀 더 부해 보이고 영 손이 안 가겠더라고요. 3년간 살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입어봤는데 이렇게 금방 아닌 걸 깨달아버리다니 허무했어요. 저 레이스 부분은 여자 얼굴 패턴인데 아담한 체구 분들이 입으면 정말 예뻐요.

요건 펜디 시그니처 쉐브론 퍼.

그리고 입어본 끝판왕. 가격은 3억 6천 정도. 롱코트는 5~6억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입어본걸로 만족하자. 언젠간 입겠지.

작년에도 꾸뛰르 링스 6억짜리 있던 거. 예뻤는데.

나름 합리적 가격의 링스 볼레로. 2억.

알고보니 나 링스 가지고싶네. 엄청많이 입어봤네.

그리고 시즌 컬러 블록 퍼도 입어봤는데 이번 퍼들 컬러가 대체로 갈색톤이라 뭔가 안 어울렸어요.

요건 작년 시즌 퍼인데 컬러가 쿨톤한테 찰떡이었거든요.

근데 요건 너무 예쁘지 않나요? 이번 시즌 뉴컬러 민트! 오른쪽이 실제 색깔에 가까워요. 요건 좀 고민돼요. 다음 달에 백화점서 퍼 카라반도 있으니까 좀 생각해 보려고요.

살 게 없어서 옷 입다가 돌아보는데 딱 등장한 스피커! 남성 청담 매장에 갈 때마다 24 FW 남성 쇼에 포터블 스피커 언제 나오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드디어 샘플이 들어온 거예요. 드비알레 옷 입다가 스피커 콜라보 제품인데, 기존 드비알레 제품군은 중국 생산이지만 요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내부 기계는 같겠지만 마감 같은 게 엄청나게 깔끔하고 좋아요.

음질도 사이즈에 비해 엄청 힘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저음이 이렇게 잘 나온다고? 하고 바로 주문했어요. 루이비통 블루투스 스피커랑 비교해 봐도 음질은 요게 더 좋아요. 역시 전문 브랜드 제품이라 그런지.

그리고 또 발견한 제품. 진짜 이거 할까요? 갈루샤, 가오리 가죽이거든요. 영문 명칭은 스팅레이. 한국에선 가오리 가죽이 약간 올드한 이미지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진짜 퀄리티가 넘 좋아서 행사 갔다 온 이후로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요. 원래 퍼 행사 끝나고 5월에는 늘 이그조틱 MTO 원투원 시즌인데 올해만 어떻게 10월로 행사가 밀렸거든요. 하필이면! 아쉬워요. 은장으로 MTO 하고 싶은데, 그냥 저거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어쨌든 퍼 트렁크 쇼는 스피커와 엉뚱한 고민만을 저에게 남기고 지나갔어요. 아! 그리고 롯데 본점은 5월 12~14일 동안 펜디 퍼 오더를 백화점 PSR에서 할 수 있는 퍼 카라반을 진행해요. FTS 초대 못 받으셨거나 모르셨는데 관심 있으시면 그때 한번 경험해 보세요. 전 펜디는 퍼를 경험해야 진짜 펜디를 경험하는 거로 생각해요!

그날의 오오티디

상의 : 펜디 주카로고 실크 자켓

하의 : 펜디 24 SS 니트 스커트

가방 : 펜디 24 SS 바게트 WOC

사진 찍는데 펜디 상무님이 "오올 모델~~~"이러셔서 빵 터짐. 손에 인형은 우리 펜짱이. 예전에 펜디와 잭슨왕 콜라보했을때 나온 인형인데 제 애착 인형이랍니다. 가방에는 요번 시즌에 새로 나온 동서남북 백참도 달아줬어요.

주문해 놓고 한 번도 안 입었던 24 SS 스커트. 구두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펜디 힐이에요.

맘에 드니까 사진 한장 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팔라초 펜디의 4층 통 창 앞에서 한 장.

과거의 퍼 행사 사진. 내년부턴 플래그십 말고 외부에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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