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크님들.

오늘은 에르메스 첫 쿼터를 받기까지 과정을 써 보려고 합니다.

시크에는 이미 대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마치 제가 홀딱 벗고 재롱잔치를 하는 기분이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첫 쿼터를 받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저는 한 번에 몇 천만 원씩 쓰는 재력은 없습니다. 카드 한도도 그렇게 안 나오고요. 약간 친근한 수준에서 노력이라고 쓰고 발버둥이라고 읽는, 제 경험을 공유해보겠습니다.

🧡 구매한 아이템 미리 보기

에르메스 첫 구매 후기

셀러 번호를 받은 후 첫 약속을 잡았습니다. "저 12시 00님과 약속했어요"라고 하고, 대기 마감 종료 표지판을 지나 한산한 매장으로 들어가는 짜릿함. 이제 오픈런을 하지 않고 약속을 잡고 오는 고객이 된 기분이었어요.

매장에 도착하니 셀러님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옆에 박스와 옷이 있더라고요. 셀러님이 "고객님, 저번에 문의주신 신발 사이즈 찾아놨어요. 그리고 어울리실 것 같아서 옷도 하나 따로 준비했어요." 라고 하셨죠. 시크 죽순이로서 직감이 왔습니다. '이걸 오늘 사라는 거구나!'

입고되면 연락 준다고 하더니, 약속을 잡자마자 태연히 박스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셀러... 이게 바로 엘메식 밀당인가 싶었어요. 원래는 그릇을 보러 간다고 했는데, 그릇은 보여주지 않고 계속 필요한 게 없냐고 하시더군요. 그날 예산을 정해놓고 갔지만, 엘메에 올 때는 그렇게 오면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결국 저는 신발과 의류를 구매하고, 비밀의 방(피팅룸)에서 착샷도 찍었죠.

이 원피스... 약간 아리까리한데........

이제 더 권해도 살 게 없어 보일 때 쯤 그릇을 보여준다고 갑니다. 근데 그새 그릇이 다 팔렸대요. 정말 몇 개 안 남은 거 주워 담고 쇼핑을 마쳤습니다. 첫 방문에서 약 800만 원을 쓴 것 같아요. 임팩트 있게 한두 장씩 쓸 때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는 간도 작고, 묻는 것마다 재고가 없더군요.

​구매한 에르메스 아이템 언박싱

우선 신발류 언박싱!

파리 로퍼 은장과 오즈뮬 로즈골드입니다. 옆 매장 슬쩍 들러서 발레리나 하나 샀어요. 잘 신을 거 같아요. 넘 예뻐요. 파리 로퍼 은장은 2년을 워크인해서 달라고 할때는 없었는데 이렇게 빨리 구해지다니 '역시 셀러 능력이 중요하구나' 싶었고요.

그러나 머그를 달랬더니 고블렛을 주고, 사각 접시를 달랬더니 간장 종지를 주는 너, 에르메스. 어렵다 어려워.......

그러면서 말 한마리 안겨주는 당근과 채찍의 전략. 에르메스 셀러들은 연애도 잘할 것 같아요. 밀당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비스킷 골드 가방이 있다고 했는데, 이걸 어디에 달라고 준 건지. 설마 첫 쿼터를 핑크로 주는 건가 싶어서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났어요. 저는 무조건 버킨 30 골금, 켈리 25 블금 이 두 개가 위시거든요. 그렇지만 받을 때 되면 또 고민이 되겠죠? 제발 첫 쿼터가 핑크만은 아니길 바라며, 첫 방문 후기를 마칩니다.

PS. "고객님,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는 셀러의 말이 이제는 더 이상 반갑지 않고 무서운 말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충분히 준비를 하고 입문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마치 부페 갈 때 벨트를 풀고 먹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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