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크님들.
오늘은 에르메스 스페셜 오더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해요.
갤러리아 에르메스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엄마꺼랑 제꺼. 두개 사려고 하는데 혹시 버킨 있어요?” 라고 거침없이 묻던 시절. 동공 지진이 일어난 셀러를 보며 ‘이렇게 하는게 아닌가..?’ 하고 알아보았었죠.
오늘은 많은 분들께서 꼭 한번 해 보셨으면 하는 그 것. 한 번 해 본 사람은 한 번 더 해 보고 싶어 하는 에르메스 스페셜 오더를 소개할게요.
👜 착용한 아이템 미리 보기
에르메스 스페셜 오더란?
에르메스 스페셜 오더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각 에르메스 매장에서 고객들 중 VIP를 선정해 가방 디자인, 사이즈, 가죽, 하드웨어, 스티치 컬러 등을 직접 선택/디자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뜻해요. 일반적으로 고객들 사이에서는 스페셜 오더(Special Order), 스오(SO), HSS(Horse-shoe stamp)라고 부르는데 셀러들이 말하는 정식 명칭은 A La Carte입니다.
어떻게 하면 스페셜 오더를 오퍼 받을 수 있나요?
정답이 없다가 정답이라면 정답입니다만 그래도 답변을 드리자면. 이건 제 전 셀러, 현 셀러, 옆 동네 셀러 등등 여러 셀러들에게 물어보고 공통적으로 들은 대답이며, 수많은 인친님들과 소통을 해본 결과이기도 한데요.
기본적인 실적+매장 상황+셀러의 의지인 것 같아요. 물론 매년 몇십 억씩 쓰신다면 그냥 하고 싶을 때 하겠다 하시면 되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얘기 해보자고요. 단순히 실적이 많다고 오퍼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래된 고객이라고 무조건 오퍼를 받지도 않더라고요.
실제로 저의 경우도 갓 입문한 그 해에 첫 번째 스오를 했고, 그 이후로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계속 조를 때는 몇 년 간 안 시켜주더니 또 작년에 갑자기 오퍼를 주더라고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내 셀러가 내가 스오를 하고 싶어 하는 걸 늘 알고 있도록 간간히 상기 시켜 줄 필요는 있다!’ 정도입니다.
무작정 착하게 기다리지 마세요.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게 되어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늘 humble한 자세로 요청하셔야 해요! 갑에게 갑질은 안 돼요.
스페셜 오더를 할 때 꼭 생각해야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요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처음 할 땐 처음이라 어리버리거리면서 셀러가 하란 대로 했다가 후회하고, 두 번째 할 땐 처음보단 잘해보겠다며 나대다가 후회하는게 스오라 했던가요..?
매년 스오를 넣으시는 분들이야 이번엔 이렇게 해보고 다음엔 저렇게도 해 본다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한번 해 볼까 말까 하는 게 스오다 보니 스오를 할 땐 그 과정을 즐겨야 하는데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할 땐 마지막 데드라인 날 전화가 와서 “오늘 당장 골라서 넣어야 한다!” 그래서 셀러의 도움을 받아 정신없이 첫 스오를 넣었던 터라 그 과정을 즐기지는 못했거든요.
예쁘게 잘 나와져서 다행이었지만, “한 번 더 하게 되면 그 누구보다 기깔나게 즐기면서 잘 넣을 자신이 있다!” 그랬는데 이번엔 한 달 넘게 시간을 가졌는데도 즐기지 못했던 건 똑같았어요. 너무 긴 자유는 방황을 낳더이다. 그래도 나름 두 번 해 본 자로서,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해 본 후 느낀 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필승 전략 1. 평생 메도 질리지 않을 안전한 톤온톤의 투 톤으로!
전 제가 평생 스오를 한 번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원래 성향도 안전제일을 중시하는 터라 제 첫 스오는 켈리 셀리에 25, 메인은 그리스 아스팔트+세컨 컬러는 끄레, 무광 금장으로 했었고요.
스트랩 길이는 70/85/105/120 옵션들 중 셀러의 추천 대로 105로 했어요. 기본이 85입니다. 크로스 바디로도 가방을 메고 싶으시면 105를 추천드려요.
스오 하드웨어는 기본 금장/은장/로골 외에도 샴페인 금장/무광 금장/무광 은장 옵션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스오로만 가능한 후자 3가지 옵션 중 하나를 고르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가방의 메인 컬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하드웨어를 고르시는것도 좋습니다.
컬러를 선택하실 땐 정말 안전하게 가고 싶으시면 벌소(내부 컬러만 다르게 하는 것)를. 그것보단 스오스럽게 하고 싶다 하시면 투 톤을 추천드려요. 원 톤도 좋지만 그건 언젠간 오퍼 받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그때 가서 너무 아쉬우실 거예요.
두 가지 컬러를 섞을 땐 예쁜 컬러 두 개를 섞는 것도 좋지만 톤온톤으로 가야 질리지 않고 오래 메기 좋은 것 같아요!
참고로 앞으론 스오하실 때 원하시는 조합을 태블릿으로 보면서 만드시게 될 거예요. 현재는 뉴욕 매디슨 매장에서 이렇게 진행 중인데 곧 모든 매장에 같은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들었어요.
그럼 상상만으로 만들었다가 받았을 때 헉 하시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제작하실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티치 컬러로 디테일을 넣으실 때는, 스트치의 완성도(삐뚤거림)에 예민하신 경우 받기 전까지 혹은 받아서도 내내 스트레스 받으실 수 있으시니 이점은 고민해 보셔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필승 전략 2. 너무 오래 기다렸던 스펙(컬러/가방)이 있다면 그걸로!
원하던 시즌 컬러를 놓치고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스오 오퍼를 받으셨다면! 그리고 차트에 그 컬러가 있다면 그 컬러로 스오를 넣으세요. 한 번 지나가고 나면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게 시즌 컬러입니다.
저 같은 경우, 버블검/로즈포푸레/루즈그라나/베르트 크리켓을 정말 몇 년을 기다렸는데도 오퍼가 없어서 스오 차트에 이 중 하나라도 있으면 그걸로 스오를 넣을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스오 한번만 더 할수 있으면 정말 온 동네에 소문이 날만큼 어마어마한 가방을 만들 자신이 있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나 그 어떤 멋진 가방을 만들 원대한 꿈이 있더라도 매년 바뀌는 스오 차트가 내가 할 때 똥이면 다 소용없다는걸. 그럴 경우엔 그냥 꼭 가지고 싶은데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회가 희박하다! 하는 걸로 스오를 넣으세요. 그래야 후회가 없는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미니켈리를 만들었습니다.
필승 전략 3.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이 세상 유일한 나만의 가방으로!
이 경우는 이제 한두 번 스오를 해 봐서 이번에야말로 정말 크리에이티브 한걸로 만들어 보겠다 하시는 분들에 해당 될 것 같아요. 제 경우는 운이 좋게도 제 첫 스오 때 당시 셀러가 좀 똘똘한 친구였는데 켈리 셀리에가 토고로도 가능하다고 알려줘서 그렇게 했었어요. 이후에 토고 셀리에가 스오 차트에서 사라지면서 제 가방이 상당히 레어한 가방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스오의 본질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가방이다” 싶어서 그런지 들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안전한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모험을 해서 스오임에도 흔해 빠진 스펙이 아닌, 정말 나만 가지고 있는 가방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다음에 혹시라도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완전 스오의 끝으로 버킨 투톤에 스티치 다르게 해 보고 싶네요. 이렇게 또 김칫국을 한 사발 때려봅니다.
스페셜 오더는 넣을 때도, 넣고 나서도 늘 ‘이럴 걸 그랬나? 저럴 걸 그랬나?’ 후회가 남는 작업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 팁들을 여러분 개개인에 맞게 잘 응용하셔서 후회 없이 즐거움만 가득한 경험으로 만드시길 바라며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합니다.
cclaichic